제주5. 우중 산책

괴나리봇짐 십 이

제주5 우중(雨中)산책

 

이 글은, 2003년 11월 18일(화) ~ 28일(금)

도보와 버스를 이용한 제주도 10박 11일 여행을 정리한 것입니다.

 

밝았으면.. 맑았으면..

전시장 관람을 마치고 도착한 1층에

카페테리아 '마이네 베렌(Meine Baren 독일어로 '나의 곰들'이란 뜻)'이 있었다.

저녁을 이곳에서 먹을 생각으로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메뉴도 확인해 두었다.

앞서 잠시 울적했던 마음도 시장기에 지워졌고,

그대로 들어가 맛있는 해산물 스파게티나 참치회 덮밥을 먹으면 된다.

다만 이미 어둠이 내린 정원을 뛰어다니는 심상찮은 빗소리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밝았으면.. 맑았으면.. 당연히 나가 둘러보았을테지만..

벌써 이렇게 어두운데.. 이렇게 비가 오는데..

 

카페 옆으로, 정원을 향해 난 문 앞에 서서 지우지 못하는 첫사랑의 기억처럼 버리지 못할 미련을 쓸어담고 있는데

아까부터 그런 나를 지켜보며 저쪽에 서 계시던, 직원인 듯 보이는 아저씨가 묘하게 다정하고 따듯한 웃음을 웃으며

한번 나가보라신다. 비가 좀(좀?! ㅡ .. ㅡ ;;;) 내리지만 정원을 산책하기엔 아주 그만일거라신다.

 

홀로 아리랑?!

북적대던 전시장 안과 달리 바깥은 사람 그림자라곤 없이 어찌나 조용한지 그 요란한 빗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무 계단을 딛는 내 발소리가 온 정원 가득 왕왕 울리는 것만 같아 잠시 움찔했다.

그러나 이내.. 젖은 풀내와 흙내가 코를 타고 들어와 폐와 머리를 동시에 활짝 열어놓았고,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빗물에 씻겨 나가는 정원을 천천히 거니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홀로라도 좋구나.. 홀로여서 좋구나..!

 

 

맑은 날, 밝은 낮에 가보지 못해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비내리는 밤(?)의 정원도 썩 괜찮았다.

아니, 아주 멋있었다! 더할나위 없이..

 

어느 한 구석 놓칠새라 꼼꼼히 발도장을 찍다가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신화의 연못을 발견하고

정신을 집중하야 동전을 던져 넣었더니 정확히 수반 가운데에 떨어져 들어갔다....................가

쓰리쿠션으로 도로 튕겨 나왔다. 마치 수반이 동전을 뱉어내기라도 한듯이.. 6ㅡ .. ㅡ ;;;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영영 홀로 살면 될 거 아냐! 뒈.. 뒈길.. ㅡ .. ㅜ+

 

역시 모나리자! 크크크~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켜서인가? 어느새 시장기는 사라지고 시간도 꽤 늦은 것 같아 저녁은 그냥 집에 가서 밥 해 놓은 거 먹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기념품 매장에 들렀다.

테디베어를 주제로 한 생활용품과 장식품 등을 비롯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D.I.Y. 키트까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다양한데 값은 조금 비싼 편.

그래도 제일 마음에 드는 것들로 신중하게 골라 수첩과 여러 종류의 냉장고 부착 자석, 그리고 아직까지 만들지 않고 버려두고(?) 있는(6ㅡ .. ㅡ ;;) D.I.Y. 키트 등을 구입했는데 돌아와서 선물했더니 예상대로 곰순이 모나리자 자석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 ^ ;

 

 

나의 소망

이 '곰인형 박물관'이 열이면 열 누구에게나 다 마음에 드는 관광지는 아닐 것이다. 애들도 아니고 뭐 그런 것에 열광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의 습성은 버려야 마땅한 법!

 

그러나 나는 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린 날의 순수를, 그 하늘 닮은 동심을 좀 더 오래도록 지니고 살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그리하여 서로 마주 겨누던 총칼을 내려놓고 꽃으로 동화로 서로의 팔을 엮어 다시는 피눈물 흘리는 죽음이 들어와 판을 치지 않도록 여리지만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아니, 그것이 결국은 현실일 수 없는 꿈이고 환상이란다면 적어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오래도록 그리고 좀 더 깊이 순수를, 동심을 지니고 있어야 할 지금의 어린 아이들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꿈 대신 어미의 빈 젖에 매달려 죽어가지 않도록, 곰인형 대신 이유도 알지 못하는 증오를 총칼과 함께 부여안고 잠들지 않도록.. 그렇게 되면, "누구나 어린 시절 한때를 그와 함께 울고 웃고 잠들었을"에서 그 어느 나라 어느 집의 아이들도 제외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소망한다. 그런 시절을.. 그런 세상을..

 

 

05.09.08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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