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3. 내 친구(?)의 집은 도대체 어디인가

괴나리봇짐

제주3 내 친구(?)의 집은 도대체 어디인가 ;;;

 

이 글은, 2003년 11월 18일(화) ~ 28일(금)

도보와 버스를 이용한 제주도 10박 11일 여행을 정리한 것입니다.

 

제주의 얼굴

택시에서 젊은(심지어 잘생긴! ^ ^ ;) 기사님이 냉큼 내리시더니 트렁크를 열어 짐부터 받아 실으셨다.

운전석에 앉으신 채로, 트렁크 열어주는 것만도 귀찮다는 듯 싫은 소리 한마디씩 꼭 하시는 우리 동네 기사님들 생각에 괜히 혼자 감동 받아 눈빛을 반짝이며, 깍듯한 인사와 함께 어디로 모실까냐는 기사님께 지도 한 장을 내밀었다.

 

괴나리 봇짐 1 <쓰미마셍???> 첫머리에 소개한 이 빈첸시오 신부님이, 수년전 딱 한 번 가본 기억을 더듬어 그려주신 빌라(숙소) 지도인데, 이제사 말이지만, 으흐흐~ 실제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그 지도를 난감한(! ^ ^ ;) 얼굴로 열심히 연구하신 기사님, 일단 가보자시며 미터기를 꺾으셨다.(이때부터서야 요금을 매기기 시작했다는 뜻)

 

마침내 단 한 번의 U턴을 거쳐(결국 약간 헤매기는 했다는 뜻. ^ ^ ;) 지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대략 맞은편에 귤밭과 아파트(라기보다는 연립주택에 가까운)가 있고 꽃과 나무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정원이 딸린 어느 빌라 앞에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정확히 숙소 앞에 도착한 것이었는데, 기사님은 당신 잘못으로(?!) 더 나온 요금을 뺀 나머지(1,500원)만 달라셨지만 택시 운전하시는 어떤 분(!)이 생각나 미터기에 찍힌 요금(1,800원)대로 다 드리고 내렸다.

 

그후에도 한참을 정말 제대로 잘 찾아온 것인지, '이 산이 아닌게벼~' 하며 도로 돌아오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듯한 표정으로 서 계시다가 맞다고 그만 가시라고 요란하게 손을 흔들고서야 떠나신 그 기사님은 제주의 첫 '얼굴'이었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따듯한 인정으로 낯선 이를 환대하는..

이후로 열 하루 동안 만난 제주는 - 몇몇 예외가 없진 않았지만 -  언제나 한결같이 바로 그 얼굴 그대로였다!

 

아.. 아저씬 누구세요???!!!

그렇게 택시도 떠나고 다시 비 오시는 거리에 혼자 남겨졌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빌라는 너무 좋아보인단 말야!

설마 이렇게 번듯한 집을 그냥 비워두다가 나 같은 사람에게 열 하루나 거저 내어줄까..?

그런 생각 끝에 가방을 끌고 맞은편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로 가서 XXX호를 찾아 열쇠를 꽂고 돌렸다.

 

그러나 열쇠는 돌아가지 않았고 문득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나 말고 누가 또 오기로 되어 있나 의아해 하며 벨을 눌렀더니 왠 젊은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게 아닌가! 꾸웨엑~~~ ⊙`0'⊙ ;;;;;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ㅠ0ㅠ ;;;;;

물론 그 아저씨는 "나 말고 또 오기로 되어 있는 누구"가 아니라 그 집에서 쭈~욱 눌러 사는 집주인이었다.

아저씨에게 예의 그 지도를 보였더니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그 집은 아니라며 비도 오는데 어쩌냐고 오히려 더 걱정이신데 나는 그저 멍~한 상태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돌아 나와 아파트 현관 앞에 서니 자식 뺏기고 집 쫓겨나는 대리모 같은 심정..........이기야 했겠는가, 그냥 뭐 대략 난감한 정도였지.. 6ㅡ . . ㅡ ;;

 

어무이~ 우리나라 말로 해줘유~ ㅜ0ㅜ ;;

아주 비(雨)란 비를 내리는 족족 죄다 안에다 쓸어 담아 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게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는 가방을 질질 끌고서 조금 아래 식당으로 가서 다시 지도를 들이밀고 여쭈었더니 주방 어머니, 지도는 볼 생각도 않고 와락 말보를 터뜨리시는데..

아이고 어무이~ 도대체 그게 어느 나라 말이래유~ 하나도 못 알아듣겄슈~ 우리말로 해줘유~ 우리말로~ ㅜ0ㅜ ;;;

 

고3 1학기 이후로 처음 가져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얼추 파악한 내용인즉 어머님은 아까 내가 택시에서 내릴 때부터 보고 계셨고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아파트로 말할 것 같으면 재개발인가 뭔가를 앞두고 어수선한 상황으로 살던 사람들이 각종 공과금을 내지 않고 밀려 있는 채로 소리소문 없이 이사 가 버리고 뒤이어 새로 들어온 사람도 또 그러고 해서 아주 사람 살 곳이 못 되니 살 집을 알아보러 온 거라면 그 아파트는 재고하라는 말씀이신 것 같았다.

하여 나는 단지 며칠 여행 온 여행자로 아는 분이 빌려준 그분 집을 찾고 있을 뿐이라고 재차 말씀드렸지만 역시나 해독불능의 언어로 무언가 많~은 말씀을 쏟아내시는 어머님의 돕고자 하는 인정어린 마음만 고맙게 받아안고 그 무수한 "ㄴ"과 "ㅇ" 받침 낱말의 홍수를 뒤로 한채 조용히 식당을 빠져 나와야 했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저 빌라도 한번 가 보자.

또 왠 아저씨가 나오면 그땐 뭐 아무 민박집이나 찾아보는 거지 뭐!

 

열쇠를 넣고 돌리기까지의 짧은 순간이 느린 재생 화면처럼 길고도 길게 느껴졌다..

05.09.08 IRENE

후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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